데스크탑 PC 갑자기 안켜진다? 램(RAM) 지우개로 닦아서 고친 후기
수요일 아침, 재택근무를 시작하려고 데스크탑 전원 버튼을 눌렀습니다. 팬이 '웅' 하고 돌아가는 소리는 들리는데 모니터 화면이 시커먼 채로 아무것도 뜨지 않더군요. 전원을 껐다 켜기를 다섯 번, 모니터 케이블을 뽑았다 꽂기를 세 번, 멀티탭까지 바꿔봤는데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오전 9시 반에 화상회의가 잡혀 있었는데 8시 50분에 이 상황이 터진 거예요.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컴퓨터 수리점 견적을 들으니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급한 대로 회의는 스마트폰 줌 앱으로 겨우 참석했고, 오후에 근처 컴퓨터 수리 매장에 전화를 걸었어요. 증상을 설명하니 "메인보드가 나갔을 수도 있고, 그래픽카드일 수도 있다"면서 일단 가져와 보라더군요. 출장 수리는 기본 3만 원, 메인보드 교체라도 하게 되면 10만 원은 훌쩍 넘기고, 최악의 경우 조립비 포함 30만 원대까지 올라간다는 이야기에 머리가 띵했습니다.
5년째 쓰고 있는 조립 PC라 새로 맞추자니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안 고칠 수도 없는 딱 어중간한 상황이었죠.
데스크탑 안 켜질 때, 수리점 가기 전 확인해야 할 것
PC를 본체째 들고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IT 커뮤니티(퀘이사존, 클리앙)를 뒤져봤습니다. "모니터만 안 뜨고 팬은 돌아간다"는 동일 증상 글이 수십 개씩 올라와 있었는데, 댓글마다 반복되는 두 글자가 있었어요. "램 접촉".
데스크탑 RAM은 메인보드 슬롯에 꽂혀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금색 접촉 단자 표면에 산화 피막이 생깁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은 막인데, 이게 전기 신호를 방해해서 컴퓨터가 램을 인식 못 하게 만드는 거예요. 램을 인식하지 못하면 부팅 자체가 불가능하니 화면이 까만 건 당연한 수순이었던 셈입니다.
램(RAM) 지우개 세척, 제가 직접 한 과정 그대로 적어봅니다
필요한 건 정말 단순합니다.
- 일반 지우개 하나: 모나미든 스테들러든 아무거나. 단, 색깔 있는 지우개는 안 됩니다 (잔여물이 남아서 더 안 좋음)
- 십자 드라이버: 본체 옆판 나사 풀기용
- 마른 수건이나 키친타월: 지우개 가루 털기용
본체 열고 램 빼내기
전원 케이블을 완전히 뽑은 뒤, 본체 뒷면 나사 두 개를 풀고 왼쪽 패널을 옆으로 밀어 엽니다. 메인보드에 세로로 꽂혀 있는 긴 막대기 모양의 부품이 램이에요. 슬롯 양쪽 끝에 달린 플라스틱 고정 클립을 바깥쪽으로 벌리면 '딸깍' 소리와 함께 램이 위로 살짝 튀어오릅니다. 그대로 잡아 빼면 됩니다. 두 개 꽂혀 있다면 둘 다 빼주세요.
금색 단자를 지우개로 싹싹 문지르기
램 하단에 금색 줄이 쫙 깔려 있는 부분이 접촉 단자입니다. 여기를 흰색 지우개로 한쪽 방향으로만 10~15회 정도 쓱쓱 문질러줍니다. 앞뒷면 모두 해주셔야 해요. 지우개질을 하다 보면 처음엔 금빛이 살짝 어둡던 단자가 반짝반짝 광이 나기 시작하는 게 보입니다. 산화 피막이 벗겨지고 있다는 증거죠. 다 문지른 뒤에는 지우개 가루를 입으로 '후~' 불지 마세요. 침이 튈 수 있으니 마른 수건이나 키친타월로 톡톡 털어내는 게 안전합니다.
다시 꽂고 전원 켜기
깨끗해진 램을 슬롯에 정렬한 뒤 양손 엄지로 동시에 꾹 눌러줍니다. 양쪽 클립이 '찰칵' 하고 잠기면 제대로 장착된 겁니다. 한쪽만 안 잠기면 비스듬히 들어간 거니까 빼고 다시 맞춰 넣으세요. 옆판을 닫고 전원 케이블을 연결한 뒤 떨리는 손으로 전원 버튼을 눌렀습니다.
'삐' — 짧은 비프음 한 번. 그리고 모니터에 메인보드 로고가 휙 떠오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이래도 안 되면 이 두 가지를 추가로 시도해 보세요
- 램 슬롯 변경: 원래 1번·3번 슬롯에 꽂혀 있었다면 2번·4번으로 옮겨 끼워보세요. 슬롯 자체의 접촉 불량일 수도 있거든요.
- 램 한 개씩만 꽂아 테스트: 두 개 중 하나가 고장 난 경우를 걸러내는 방법입니다. A만 꽂았을 때 켜지고 B만 꽂았을 때 안 켜지면, B 램이 수명을 다한 것이니 그때 새 램 하나만 사시면 됩니다.
위 방법까지 전부 해봤는데도 화면이 안 뜬다면, 그때는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 쪽 문제일 가능성이 높으니 수리점을 찾아가시는 게 맞습니다.
마치며
수리비 최소 3만 원에서 최대 30만 원까지 각오했던 고장이, 서랍 속 지우개 하나로 5분 만에 끝나버렸습니다. IT 커뮤니티에서는 이 방법을 '국민 수리법'이라고 부르더군요. 그만큼 흔하고, 그만큼 효과가 확실한 셀프 수리 기술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PC 화면이 안 뜨면 본체를 들고 나가기 전에, 필통에서 지우개 하나만 꺼내보세요. 저처럼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해결될 확률이 꽤 높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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